건축설계 일을 하다 보면, 이런 현실에 부딪힙니다.

발주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설계안을 먼저 보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비용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실히 컨셉을 만들고, 제안서를 쓰고, 밤새 도면을 그립니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죄송한데 이번엔 다른 곳과 계약하게 됐습니다."
그뿐입니다. 아무런 보상 없이, 우리의 노력은 사라집니다.

 

 

<우리나라 건축설계 업계가 '공짜 서비스'가 된 이유>

 

첫째, 과도한 경쟁이 만든 '을'의 입장입니다.

한국의 설계사무소는 수없이 많습니다. 20년기준 약14,000개의 건축사 사무소가 있습니다.(자료출처 : https://www.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2984)
그러다 보니 발주처는 경쟁을 붙이며 자연스럽게 “먼저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겠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계약 전,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둘째, 법적 보호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약 전에 제공된 설계안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발주자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설계를 공짜로 이용해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셋째, 발주자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입니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설계는 무료로 제공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라는 전문성을 단순히 '서비스'라고 치부하면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인색합니다.

 

<설계사무소 스스로의 문제도 있습니다>

건축가 스스로가 설계를 ‘서비스’라고 여기며 자존감을 놓치는 순간부터 문제는 시작됩니다.
“좋은 건축을 위해 무료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자조하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결국 발주처가 ‘공짜 설계’를 더욱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듭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건축설계는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노동입니다.
건축사 스스로가 먼저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고, 당당히 비용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안서 작성 단계에서도 최소한의 ‘기획 용역 계약’을 체결하세요.
  • 도면과 아이디어에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문구를 명확히 기재하세요.
  • 업계 표준 계약서를 활용하여 불공정한 요구에 단호히 대처하세요.

이러한 변화는 설계사 개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고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태도부터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무료 노동'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잘 읽으셨다면 공감 버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